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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타격자세..(퍼온글)
작성자	최영	조회	2847
작성일	2004.03.26 오전 1:36:18
지도하는 입장에서 또는 이론적으로 볼 때 타자들이 저지르는 과오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너무 강하게 치려고만 한다. ▲나쁜 공에 손댄다. ▲바깥쪽 공을 밀어치려고 하지 않는다. 지도자의 입장에서 (그는 감독일 수도 있고 전문코치일 수도 있고 동료선수일 수도 있다) 코치할 때는 훨씬 구체적으로 기술적인 문제를 언급한다. ''넌 스윙할 때 머리가 돌아가.'' ''넌 스트라이드 폭이 너무 넓어.'' ''넌 손이 너무 처져.'' ''넌 팔꿈치가 밑으로 처지는 게 나빠.'' ''넌 히프를 제대로 받치지 못해.'' 이런 것들은 특정한 타자의 특정한 결점을 고치기 위한 특정한 처방이다. 선수마다 신체구조가 다르고, 각 부위의 근력이 서로 다르고, 시력이나 리듬이나 경험이나 버릇까지도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타자들은 대기타석에 들어갈 즈음 다음과 같은 것을 반드시 따져본다. ①이 투수의 결정구는 무엇이며 ''오늘 특별히'' 잘 듣는 구질은 무엇인가? ②그는 지난 번에 나와 대결할 때 볼배합을 어떻게 했는가? ③내 약점을 알고 있는 그는 어떤 장기로 내 약점을 파고들려고 했나? ④최근 1∼2이닝 사이 그의 어떤 공이 잘 듣고 어떤 공이 제대로 듣지 않고 있나? ⑤지금 게임의 상황은 어떻고 내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⑥오늘의 구장 사정은 어떤가? 필드의 크기나 바람의 강도와 방향, 조명상태 등은 어떻고 그것은 나에게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⑦내가 지금 ''치고 싶은'' 공은 무엇인가? 타자가 생각해야 할 점은 이외에도 많겠지만 위와 같은 일곱가지는 결코 빠뜨릴 수 없는 기본사항이다. 그러면 이것들을 차례로 살펴보자. ①경험있는 타자라면 상대투수가 신인이 아닌 한 그 투수의 주무기를 파악하고 있게 마련이다. 경험을 통해 이 투수의 기본적인 강점이 빠른 볼이냐 변화구냐를 알고 있어야 한다. 이 투수는 어떤 구질을 던지면서 스피드의 변화폭(체인지업)은 얼마나 되며, 컨트롤은 얼마나 안정돼 있으며, 너클볼이나 스크루볼 등 트릭볼은 얼마나 잘 던지는지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오늘 게임에서는 그 투수의 레퍼토리 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잘 먹히고 있는지도 알아내야 한다. ②타자가 생각해야 할 두번째 사항도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타자는 지난번 대결에서 투수가 자신에게 어떤 식으로 피칭했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게임의 앞 타석이었건, 아니면 한달 전에 치른 게임이었건 간에 마찬가지다. 상대투수는 포수나 감독, 코치, 또는 차트의 도움으로 틀림없이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투수는 타자를 잡아내기까지 어떤 경로를 거쳤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타자도 주의를 기울여 똑같은 정보를 갖추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투구패턴이 어떤 것인지를 간파하고 그것이 어떻게 변형될 것인지 하는 것까지 따져본 후 현명한 결론을 이끌어내야 한다. ③타자는 자기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으므로 그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놓아야 한다. ④투수가 동원할 수 있는 재료는 무엇인가. 즉 그의 주무기가 지금 이 시점에서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는가(특히 게임 후반에 투수가 지쳤을 때), 타자의 약점을 어떤 식으로 노리는가, 지난번 대결에서는 어떤 공이 치기 어려웠던가 하는 따위의 정보를 종합해 보면 타자는 다음에 들어올 공을 합리적으로 예측해낼 수 있다. 일단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했으면 타자는 그에 맞춰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의 전술적 상황에 부합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타자에게 주어진 임무는 다음과 같다. ①삼진당하지 말라. ②누상에 주자가 있으면 진루시켜라. ③주자가 없을 때는 출루하라 ④상황에 따라서는 장타를 노려라. ''타자는''좋은 습관''을 유지하는 데에 가장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하며 좋은 습관은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을 철저히 지키면서 거기서 벗어나는 볼에는 절대로 손대지 않는 것이다.'' 타자가 지금 무엇을 노려야 하느냐를 결정하는 요소에는 주변상황과 날씨도 포함된다. 가령 펜스가 멀리 떨어진 대형 스타디움에서 홈런만 노리고 큰 스윙으로 일관하는 것은 자멸을 뜻한다. 투수들은 펜스거리가 긴 구장에서는 깊숙한 외야플라이로 맞춰잡기를 즐긴다. 그러나 구장이 작고 바람마저 외야쪽으로 불 때는 타자로서는 크게 스윙해볼 가치가 있다. 투수들은 홈런을 맞지 않으려고 달아나는 피칭을 하다가 많은 포볼을 내보내게 된다.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게 있다. 그것은 ''내가 지금 치려는 게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다. 무턱대고 배트를 휘두르는 타자와 타격의 달인은 바로 여기서 차이가 난다. 투 스트라이크 이전에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으면 스트라이크를 먹더라도 다른 공은 내버려둔다. 좌타자는 상당한 이점을 갖고 있다. 좌타자는 우선 스윙을 끝낸 다음 1루까지 가는 데 우타자보다 두어 걸음이 절약되고 더구나 몸의 중심도 뛰는 방향으로 잡혀 있다. 우타자는 스윙하고 나면 몸의 중심이 3루쪽으로 쏠리게 되므로 1루도 달리려면 중심을 돌려세운 다음 홈플레이트를 가로질러야 한다. 이 두어 걸음은 내야땅볼 타구가 안타가 되느냐, 아웃이 되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기도 하며 상대방이 더블플레이를 완성시키느냐 못시키느냐 하는 것을 좌우하기도 한다. 가장 때리기 어려운 공은 직구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야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직구는 물론 대단히 빠른 직구다. 그 공이 가장 때리기 어려운 이유는 간단하다. 배트가 그 공을 따라갈 시간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커브는 비행속도가 느리다. 그러므로 타이밍을 잡고 코스를 미리 계산하면서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타자가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직구가 날아들면 전혀 속수무책이다. 타자가 보려고 신경을 쓰는 것은 볼의 ''회전''이다. 볼은 플레이트 쪽으로 날아오면서 회전하기 때문에 변화무쌍한 모양을 나타낸다. 점으로 보이는 공이 있는가 하면 띠를 두른 것처럼 보이는 공도 있다. 그런 것이 직구인지 커브인지를 알려주는 단서가 된다. 오버핸드스로 투수가 직구를 던지면 공은 투수의 손에서 떠나면서부터 타자의 눈에 보인다. 오버핸드스로 투수가 던진 커브는 투수의 손이 먼저 보이고 나중에 공이 보인다. 그러나 현역시절 당대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던 스탠 뮤지얼은 은퇴한 지 30여년이 지난 1990년 어느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내가 공의 실밥이 도는 모양을 보고 그게 커브인지를 알아냈다고들 떠들어댔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은 투수 개개인의 직구스피드였고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스피드가 내가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약간 줄어들면 그건 커브거나 체인지업이었다.'' 자, 여기서 가만히 생각해 보자. 뮤지얼의 머리 속에 담겨 있는 파일에는 수백명의 투수들이 던지는 직구스피드가 낱낱이 기록돼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 10분의 1초 단위로 쪼개져 있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의 생애통산타율은 ''겨우'' 0.331에 그쳤다. 바꿔 말하면 그가 제아무리 정교한 타자였다 하더라도 세번 중에 두번은 범타로 아웃당했다는 얘기다. 만약 그가 투수들의 투구속도를 100분의 1초까지 쪼개서 파악하고 있었더라면 타율은 더 좋았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두 축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싸운다. 하나는 실제로 배트를 휘두르는 육체적인 것, 또하나는 눈과 두뇌가 투구를 판별하고나서 근육에게ㄴ 움직이라고 명령하는 정신적인 것이다. 공을 때리느냐, 그냥 놔두느냐 하는 의사를 결정하기까지는 기대, 준비, 정신집중, 의욕 등이 두루 작용하며 그래서 타격을 가리켜 단순한 육체적 활동이 아닌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모두 볼을 손에 쥐고 던지는 사람, 즉 투수의 행동이나 생각에 끌려가며 거기에 반사적으로 대응하는 데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게임을 주도하는 사람은 결국 투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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