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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매일신문칼럼-이만수 편
작성자 최종문 조회 1181
작성일 2007.05.18 오후 7: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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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가 온다”

1997년 겨울은 이만수에게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당시 서정환 감독이 삼성라이온즈의 사령탑을 맡으면서 선수로서 은퇴는 했는데 이후의 코치연수 문제가 꼬이면서 심기가 어지러웠다.
당시는 개인적으로 추진하는 코치 연수의 길은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가고 싶다고 무턱대고 가봐야 견학을 하는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정식연수 코스란 연줄이 없으면 불가능해 이만수는 막막한 심정으로 몇달을 보냈다.
기도로 하루를 보내며 야구를 그만두고 목사의 길을 가려고 생각한 때도 이때였다.
1998년 2월 중순 어느날 이만수에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통지가 날아왔다.
대구상고 시절 스승이였던 정동진감독의 청탁을 받은 엔디 킴(당시 미국 에이전트사 직원)의 주선으로 다행히 화이트삭스 산하 애크론애로스 팀에서 타격및 훈련당당 코치로 연수의 길이 열리게 된 것이었다.
통지서를 들고 대구까지 내려온 사람은 다름 아닌 정동진 감독이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제자에게 기쁜 소식도 알릴 겸 앞서 91년도에 6개월간 미국유학을 다녀온 연수 경험도 얘기해 주고 싶어서였다.
세사람(본인포함)이 대구시 수성구 경남타운 근처 골목의 작은 횟집에서 축하연을 벌였다.
그런데 이날따라 정동진 감독은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이만수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유학을 주선한 댓가로 이날 만큼은 술을 마시라는 것이었다.
몇 번의 독촉과 엄한 눈총 끝에 이만수가 술잔을 들었다.
소주 한병을 비우자 이번에는 큰 사발 그릇을 가져와서 소주를 통째로 따르고 본인이 먼저 한잔을 마시고 이만수에게 권했다.
잠시 망설임 끝에 이만수가 단숨에 사발을 비워 버렸다.
이렇게 해서 삽시간에 사제지간의 술대결이 벌어졌다.
몇차례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양이 차지 않았는지 양주를 주문했고 또 한잔씩 마셨다.
“왜 술을 이렇게 많이 주세요? ” 잔뜩 취한 듯 상기된 얼굴로 이만수가 물었다.
눈꺼플이 지긋이 내려간 정감독이 말했다.
“이제 너는 코치로서 첫발을 내 딛는 것이 아니냐. 코치 초년생에게 주는 선물이지. 그동안 선수시절동안 너는 술을 마시지 않았지. 그래서 술에 취한 사람의 심정을 모를 거야. 네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술 마시는 사람의 심정을 모른다면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겠니?
코치가 되면 선수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하는데...이술은 뭐 그런 뜻이야...“
야구와 가정과 신앙이 전부였던 이만수의 바른 이미지가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지도자로서 그 앞 길의 세파가 못내 염려스러웠던 것일까?
말끝을 흐리던 정감독의 고개가 꺽였고 술자리는 그렇게 끝났다.
그러나 화장실로 가서 찬물로 세수를 한 이만수는 정감독을 등에 업고 씩씩하게 집으로 돌아갔고 한달뒤 미국으로 떠났다.
며칠 뒤면 이만수가 온다. 그렇게 떠난 이만수가 비록 유니폼을 바꿔 입긴 했지만 지도자가 되어 10년 만에 대구에 온다.
얼마나 변했을까?
마시지 못해서가 아니라 마시지 않아서 아무도 몰랐던 이만수의 주량처럼 10년동안 이만수의 깊이도 얼마나 더 깊어졌는지 하느님만이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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